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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지

지식의 표정 :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길을 탐색하는 열두 걸음

저자: 전병근 출판사: 마음산책

 

몇 년 전, 전자책을 선물 받고 나서 닥치는대로 책을 샀어요. 그런데 잘 읽히지가 않더라구요.
그대로 방치해두던 걸, 다시 독서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꺼냈습니다.

제가 이전에 산 책 목록 중 가장 먼저 선택한 책이 이 책이에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어떤 내용인지도 몰랐는데 서문을 읽어보니, 저자가 열두 명의 사람들과 인터뷰 한 내용을 담은 책입니다.
인터뷰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냥 책을 덮어버릴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감히 묻고 답하는 문화의 부흥을 꿈꾼다‘는 문장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갑자기 어떤 내용일지 정말 궁금해졌어요.
제게 서문은 본격적으로 내용에 들어가기 전의 지루한 과정이었는데 이렇게 사람의 구미를 당길 수도 있나봐요.

 


“똑똑한 기계는 주어진 질문에 입력된 정답을 제시하려 들겠지만 인문학의 응답은 묻는 이를 놀라게 합니다.
예기치 않은 곤경에 빠뜨립니다. 그럼으로써 자문하게 합니다. 대만 작가 탕누어는 그것을 ‘곤혹‘이라 불렀습니다.
확답을 통한 종결이 아니라 불확정으로의 진입이자 모험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성장하고 상승합니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은 열두 가지 곤혹의 체험담이라고 하겠습니다.”


1. 책 읽기의 곤혹, 탕누어(문화비평가)

독서에 관심은 있는데 아직 시작하지 않았거나 막 시작하신 분들 계신가요?
그런 분들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줄 인터뷰에요.

저의 경우에는 매번 책읽기를 결심하지만 그게 지속되는 경우는 잘 없었어요.
책이 잘 안 읽혀서 아예 놔버리기도 했고, 할 일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했어요.
이 인터뷰를 읽고 나니 늘 책을 가까이 두고 습관화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독서는 먼 곳을 향합니다. 밀란 쿤데라가 말한 ‘먼 곳‘입니다.
책을 읽는 사람의 자태는 고개를 쳐들고 큰 세계를 바라보는 겁니다.
자신이 아직 모르고 본 적도 없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갖고 있지도 않은 것을 향하는 거지요.
그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곤혹은 필연적입니다.”

“독서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기 마음속 어딘가 ‘가득 차는 것‘을 느끼게 되지요. 때문에 할 말이 있게 되고 감정을 확정할 수 있게 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유하고 토론하면서 동반자들을 찾게 되는 겁니다. 이 모든 것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독서를 글쓰기로 인도하게 되지요.”


2. 인간의 품격, 데이비드 브룩스(저널리스트)


“사람들이 정신적 굶주림을 느끼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자신들이 일이나 경력 쌓기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알지만
자기 내면의 본성에 대해서는 그렇게 많은 시간을 쓰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어떤 결핍과 공허함을 느껴요.”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몰라 방황합니다. '최선의best 삶, 최고의highest 의 삶이란 뭘까?'하고 끊임없이 자문하는 거죠. 그러니 제가 하는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있을 수밖에요.”

“우리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쓰는 반면 우리 내면의 본성이 가진 품성이나 자질을 기르는 데에는 충분한 시간을 쓰지 않습니다. 제 책은 그 둘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도덕적 상대주의가 우리의 삶을 납작하게flat(가치의 우열이 없는 상태) 만들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유의 이기심과 자기중심, 자아도취를 조장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만족할 만한 대답은 하지 못했어요.


“당신이야 이제 세속적인 성공의 기준으로 봤을 때 정상에 올랐으니 그런 설교를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오늘날 도덕론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세상의 양극화와 관련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소수 부자와 다수 빈자들로 나뉜 상황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부자나 강자의 아량이나 적선의 논리로 들릴 수 있다는 거지요.”



이 두 질문에서는 핵심을 피해서 답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말이 왜 나와?”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되려 질문에서 나오는 반문을 인정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지 않다‘는 내용의 확실한 답을 듣고 싶었던 저로서는, 좀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3. 좋은 나라의 조건, 최연혁(정치학자)

흔히 복지국가로 부러움의 대상으로 꼽히는 스웨덴의 비결과 교훈에 관한 인터뷰였습니다.

정치라고 하니 자칫 지겨울 것도 같았는데, 우리나라가 배울 점은 어떤 게 있을까 생각하면서 보니 꽤 재밌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선진국으로만 생각했던 북유럽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배울 점이 아예 없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전혀 알지 못했던 스웨덴의 짧은 역사도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장애인이 안 보였는데 스웨덴에는 왜 그렇게 많은지. 사실은 통계적으로 한국에 장애인이 더 많은데도 숨겼기 때문인 거예요. 반면에 스웨덴은 그런 사람들도 당당하게 다녔을 뿐이고. 국가 지원을 통해 똑같이 활동할 수 있게 해놓은 결과였던 겁니다. 그때 이런 나라가 우리가 지향해야 할 나라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요즘 느끼는 것은 복지 모델 역시 그 나라의 역사적 조건, 국민 문화, 지향 가치와 연결돼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국민의 선택에 달렸고, 정치 지도자들과 국민의 교감 속에서 채택, 합의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 지향점은 있어야겠지요. 그런 점에서 북유럽 모델은 참고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정치인은 특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만큼 국민 위에 군림하게 된다는 거지요. 국민이 행복해지려면 특권 없는 정치인이 자신을 희생하고, 정책에 헌신하며, 1년 365일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정치를 하느냐. 내가 만든 법안이 국가를 바꾼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이것이야말로 정치인의 특권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10년, 20년 남는 법을 만드는 것이 특권이라는 거죠. 대단한 책임감이죠.”

“우리 정치인과 정당들도 환골탈태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그저 돈 있거나 네트워크 좋은 사람, 당에 충성하는 사람, 정책 능력은 검증도 안 된 사람, 정치를 제대로 배우지 않은 사람들로 충원돼서는 곤란합니다.”


4. 문명의 막다른 곳, 유발 하라리(역사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를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인터뷰 역시 지루하지 않고 그가 제시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었어요.
특히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우리는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한 유발 하라리의 조언들도 인상 깊었어요.


“인류가 미리 예정된 중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거대한 우주적 드라마 같은 것은 없습니다. 굳이 세상에서 우리의 존재를 정당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존재할 뿐이지요. 우리의 주된 목표는 생명 너머의 더 위대한 의미를 찾기보다는, 고통을 줄이고 우리 자신에 대한 진실을 아는 것이라고 말하겠습니다. 그 점에서 우리는 지금까지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결국 자기 자신을 더 잘 알려고 하는 것밖에 다른 선택지가 없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삶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이런 말은 책에 나온 가장 오래된 격언이기도 합니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격언 말입니다.”


5. 인간이란 자기 초월의 존재, 이상희(고인류학자)

인류학은 다소 생소한 분야지만 읽다 보니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았어요.

얕은 지식이지만 생물을 공부할 때 배웠던 내용이 나오는 것도 즐거웠어요.

어렵지만 흥미롭고 재밌는 분야 같았습니다.


“다른 동물들은 소통의 내용이 ‘여기 지금 먹을 것이 많아‘라는 식이라면
인간 언어의 대부분은 ‘지금 여기’를 벗어난 얘기를 많이 한다는 거예요.
좋게 말하면 가정법, 나쁘게 말하면 거짓말을 한다는 거죠.”

“현실을 넘어선 보이지 않는 상상의 영역을 이야기한다는 거죠.
그래서 저는 요즘 그 ‘넘어섬‘에 대해서 생각을합니다.”


6. 우리 안의 초사회성, 장대익(진화생물학자)

 

혼밥 혼술이 많아지고 있는 이유가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각종 소셜미디어를 이용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앞에 인터뷰한 사람들보다 과거보다 현재를, 그리고 미래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어요. 

 
“그 결과 인간은 단순히 사회적인 존재라기보다는 초ultra사회적 존재로 진화했다고 결론 내리는 편이 더 적절하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우리 뇌의 용량과 사회성 총량은 양(+)의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게 진실이라고 받아들입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비롯해 각종 소셜미디어가 온라인상에서 우리의 사회자본을 소모하면 다른 곳에서 쓸 사회자본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저는 앞으로 우리 사회의 초연결성이 심화될수록 혼밥, 혼술은 오히려 많아질 것으로 예측합니다.
요컨대 이런 변화는 개인성의 증가라기보다는 인간 사회성의 총량의 한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있습니다. 그 한계를 인정하느냐 않느냐가 중요한 차이입니다. 경전의 한계를 인정하느냐 않느냐가 중요한 차이입니다. 경전의 한계를 인정하는 않는 것이 종교라면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고 집단적인 ‘반증의 칼날‘에 과감히 자신을 드러내놓는 게 과학입니다.” 

“속독만큼 멍청한 독서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슬로 싱킹slow thinking을 위한 최적의 도구거든요.”


종교가 경전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편인가요? 저는 신드 믿지 않고 종교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읽다 보면 저자는 본인만의 주관이 뚜렷한 사람 같아요. 그게 다른 생각을 가진 저에게는 반감을 느끼게 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이런 때일수록 인간의 마음과 행동에 대한 깊은 탐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제 결론은 더 큰 문제가 그들(인공지능, 로봇)이 아니라 우리의 진화된 마음이라는 겁니다.
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할까를 이야기하기 이전에 우리는 어떨 때 행복하고 불행한가, 왜 그런가 등등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끝으로 인간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데 꼭 읽어봐야 할 책 네다섯 권 추천해주시겠어요?”
1.코스모스 2.이기적 유전자 3.내 안의 유인원 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5.사피엔스


7. 번역가의 꿈, 김명남(번역가)

같은 책이어도 어떻게 번역했느냐에 따라 느낌이 참 다르죠. 그만큼 번역가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요.
번역하면 왠지 모르게 낭만적이란 느낌이 들곤 했는데, 인터뷰를 읽고 나니 역시 일은 일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멋진 일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어요.


“저는 제가 어떤 면에서는 저자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해요.
저자가 준 퍼즐 조각을 맞추는 걸 너무 좋아해요.
저는 그런 이음매를 스스로 알아내는 과정이 제일 재밌거든요.”

“물론 확인받을 수는 없지만. 그럴 때 ‘찰칵’하는 그 순간의 희열이 있어요.”

“번역자는 영원히 저자 뒤에 있어야 해요.
제가 그렇다고 해서 ‘이건 필요 없어‘ 하고 형용사 하나를 빼거나 부사를 하나 넣는다거나 하면 안 되죠.
그런 걸 안 하는 수준에서 해석을 해야지, 그런 걸 하기 시작하면 좋은 번역가가 아니죠. 있는 그대로 번역해야죠.”


8. 소설가의 일, 이기호(소설가)

어릴 적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했었어요. 생각만요. 그게 늘 후회로 남았죠.
그런 욕망을 거의 잊고 살다가 최근에 되살아 났는데,
이 분의 인터뷰은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 격려가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쓰고 싶으면 쓰면 돼.’와 같은?


“그래서 처음에 소설을 쓸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 생각인데,
누구라도 소설을 읽고는 나도 쓸 수 있겠다, 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강해요.”

“어릴 적 못다 이룬 꿈 때문에 온 분도 있고, 지금 이걸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 때문에 온 분도 있어요.
내가 지금 문학을 해서 대단한 성취나 결과물을 얻어내겠다는 것보다,
차분하게 삶이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분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이런 분들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작가는 변해야죠. 변하지 않으면 도태돼요. 이전과 같은 작품을 써내면 작가로서 생명은 끝난다고 늘 생각해요. 제가 읽은 훌륭한 작가들은 끊임없이 작품 세계가 변했어요. 일종의 부정 정신이 있어야 해요. 단순히 세계나 사회에 대해서보다 자기 자신에게 부정 정신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계속 모험하고 변하고 낯선 것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어야 작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평생에 해보고 싶은 것 한 가지가 있다면요?”
“외국에 나가서 글 쓰고 싶은 욕구. 몇 년간 생각하는데 잘 안 되네요. 구체적인 장소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닌데, 그냥 한 1년 정도 아예 모든 것에서 차단된 채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책 읽고 글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9. 전기 작가의 운명, 이충렬(작가)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인터뷰였습니다.

어릴 적 위인전을 읽었던 기억 말고는 일부러 전기 문학을 찾아 읽은 경우는 드물었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 우리 사회에 어른이 드물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사회가 복잡해지고 어려워질수록 중심을 잡아주는 푯대같은 분이 필요한데 이 시대에 부족한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그런 어른에 대한 정리 작업이 부족해서가 아닌가 싶었어요.”

“우리나라 전기문학이 너무 빈약해요. 외국 도서관에는 별도 섹션이 있을 정도인데. 기껏해야 유족의 의뢰를 받아 쓴 작품들이 많아요.
그런 책은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잖아요. 그래서 제가 인물을 발굴해서 써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잘될지도 모르고 무작정 썼어요.”

“문학에서 시와 소설은 인간의 사유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전기는 인간의 삶에 대한 성찰, 역사에 대한 성찰로 진입을 돕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10. 나는 왜 공부하나, 강명관(한문학자)

정말 흥미있게 읽은 인터뷰였어요. 조선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 극과 극으로 나뉘잖아요.
어떤 게 옳은지도 헷갈리구요. 조선에 대한 편견과 무지를 깨뜨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분의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임진왜란 이후에는 조선 사족 체제는 자기완성을 이루면서 동시에 스스로 모순에 봉착하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봐야 해요.
사족의 가치.지배가 관철된다는 점에서 자기완성이지만,
그 자기완성이 곧 민중에 대한 강고한 압박으로 나타나 결국 체제 자체가 붕괴할 수밖에 없는 모순을 드러내기 시작한다는 것이죠.
사족 체제가 스스로 자기모순을 갱신하지 못하는 한 붕괴할 수밖에 없지요.”

“또 하나 이야기할 것은 우리가 조선을 보는 시각 자체가 상당히 한 방향으로 고정되어 있는 것 같다는 겁니다.”

“역사라는 것이 사실은 과거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통해서 어떻게 현재와 미래를 이야기하느냐, 어떤 사회를 새로 상상하느냐 하는 건데,
우리는 완전히 하나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지요.”

“나는 어떤 행복한 민족주의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 없어요.
과거, 전근대에서 가져올 것도 우리가 지금 자본주의사회를 어떻게 넘어갈 것인가의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입장이고.
그것도 최근에 와서야 그런 작업을 시작한거죠.”



11. 다시 태어나면, 유종호(문학평론가)

 

제가 좀 더 나이를 먹으면 공감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제가 공감하지 못하는 내용들이 섞여 있었어요.

특히 자전적 에세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객관적 충실성을 지향했고'라는 말 자체가 모순이라고 생각했어요.

의도적인 왜곡이나 변개는 없다고 해도, 과거의 기억에 의존해서 쓰는 글이 어떻게 객관적일 수 있을까 싶어서요. 

단지 '지향'했을 뿐인거죠. 차라리 '제 기억에 의존한 글이라 다소 주관적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으면 나았을 것 같아요.


“아까도 말했듯이 내 어릴 적의 가장 큰 사건이었기 때문이지요.
그것을 알리고 싶었고 또 “역사를 기억하지 않는 자는 그 역사를 다시 살게 마련이다”란 조지 산타아냐의 말에 공감하기 때문입니다.”

“세계가 복합적이고 단수화할 수 없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다시 했는데 이것이야말로 문학적 상상력의 핵심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은 예술이란 것이 행복의 약속이란 스탕달의 말, 그리고 예감이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우리가 아직 행복을 가지고 있지는 못한데, 행복이란 것이 이러이러한 것이라면서 행복을 예감시키고 약속해주는 것이
바로 예술이고 문학이라는 거지요. 그런 말을 좋아합니다.”

 

 


12. 나는 왜 뇌에 빠져들었나, 이대열(신경과학자)

사람과의 소통이라기보다 과학 지식 문답 느낌이 드는 인터뷰였다고나 할까요. 이메일로 두 차례 문답을 주고 받았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던 걸까요.내용 자체는 흥미로운데 이어지지 않고 뚝뚝 끊긴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저자가 ‘왜 뇌에 빠져들었는지‘ 저로서는 알 수가 없었어요.

 


“지능의 본질은 다양한 환경에서 부닥치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인 데 반해
인공지능은 오로지 인간이 맡긴 특정한 문제만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진정한 지능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이 인간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슈퍼인텔리전스나 특이점이 의미하는 방식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을 완전히 지배하거나 대체하는 일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지능과 메타 인지(인지 과정에 대한 생각)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면서 그것이 중요성에 비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이 왜 중요하지요?”
“메타 인지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으면 자기의 생각과 행동의 옳고 그름을 제대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정신 질환이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이유도 대부분의 동물은 인간처럼 고도로 발달한 메타인지 기능이 없기 때문입니다.”

“생존의 욕망을 근원적인 것으로 전제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단지 생명의 욕망이 존재하는 것 생각하는 것이 여러 가지 복잡한 현상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편리할 뿐입니다. 대부분의 생물학자들은 ‘왜‘라는 질문을 과학적인 질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어떻게’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