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클로니클 시리즈는 『신더(Cinder)』, 『스칼렛(Scarlet)』, 『크레스(Cress)』, 『윈터Ⅰ』, 『윈터Ⅱ』,
시리즈의 프리퀄인 『레바나(Levana)』 까지 총 6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신더(Cinder) |
신데렐라 |
스칼렛(Scarlet) |
빨간 모자 |
크레스(Cress) |
라푼젤 |
윈터(Winter) Ⅰ,Ⅱ |
백설공주 |
레바나(Levana) |
백설공주의 계모 |
흡입력이 강하고 재미있다는 평을 보아서 읽어보고 싶던 시리즈였다.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이었을까? 소재는 신선했고, 어떻게 흘러갈지 매우 궁금했지만 묘하게 지루했다. 내용에 확 몰입해서 순식간에 읽어나가기도 했지만 크레스 이후로는 재미조차 없어져 순전히 호기심에 읽어 나갔다.
ㅡ 줄거리 ㅡ (스포있음)
배경은 제4차 세계대전 후이다.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개조하여 본래의 기관과 기능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장치를 결합한 생명체인 ‘사이보그’, 안드로이드, ‘호버‘라고 불리는 자기부상 방식의 탈것, 포트스크린과 넷스크린, ID칩 등이 일반화된 미래 모습이 그려진다.
루나와 루나인도 흥미롭다. 루나인은 사람의 생체전기를 조작해 사람의 감정과 행동을 조작할 수 있다. 루나의 여왕 레바나 여왕은 아름답지만 잔인하다. 동방연방제국의 카이토 황세자와 혼인동맹을 맺고 싶어 한다.
무엇보다 가장 흥미를 끌었던 건 ‘레투모시스’라는 전염병이었다. 12년 전 아프리카연합에서 처음 발생한 이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지만 치료법도, 백신도 개발하지 못했다. 황태자와 양동생 피어니도 레투모시스로 목숨을 잃는다. ‘코로나‘로 전세계가 난리인 지금과 비슷해서 소설 속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코로나와 달리 레투모시스는 감염 경로도 모르고 걸리면 끝장이었기에 더 잔인하게 느껴졌다. 전염병은 루나 클로니클 시리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ㅡ
신더는 열여섯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정비공’이라는 명성을 가지고 있다. 어릴 적 사고로 사이보그가 된 신더는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면 시야 구석에서 오렌지색 불빛이 깜빡이기 때문에 알 수가 있고, 설계도면이나 넷스크린 화면을 망막에 띄울 수도 있다. 허벅지 안쪽에 수납도 할 수 있다. 대단한 능력을 가졌지만 이 시대의 안드로이드는 소유물로 취급되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기에 자신이 사이보그라는 걸 알리길 꺼려 한다.
어느 날 동방연방제국의 황세자인 카이토가 자신의 안드로이드를 고치기 위해 정비소를 직접 방문한다. 카이토를 흠모하는 여자를 한심하게 여기던 신더는 잘생긴 카이토를 보자마자 반하게 된다. 카이토도 마찬가지였다. 개연성은 없지만 한눈에 반한다는 말을 믿기 때문에 거슬리진 않았다. 늘 첫눈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동화적인 요소라 생각하며 넘어갔다.
이코, 피어니와 함께 외출한 날 피어니는 레투모시스에 걸려 후송 조치된다. 양어머니는 그게 신더의 책임이라고 비난하며 사이보그 생체실험에 신더를 자원하여 보낸다. 전염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실험이지만 ‘사이보그’를 차별하는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듯 오로지 ‘사이보그’만 징집 대상이다. 병원균을 주입받은 신더는 전염병에 걸리지 않았고 검역소에 있는 피어니를 떠올리며 연구를 돕기로 한다. 대가로 받는 돈으로 무도회날 도시를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카이토의 안드로이드에는 루나의 ‘셀린공주’에 관한 정보가 담겨 있었다. 레바나 여왕에 대항하기 위해 셀린공주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떠들썩한 무도회날 도망갈 준비를 하던 신더는 수리할 때 발견했던 D-COMM칩을 통해 어느 소녀와 직접 통신을 하게 되고 레바나 여왕의 음모를 알게 된다. 레바나 여왕은 카이토 황제와 결혼한 후 황후가 되어 동방연방의 지배권을 얻고 루나 군대를 동원해서 지구의 다른 나라들을 침공할 속셈이었던 것이다. 신더는 그 사실을 카이토에게 알리기로 한다. 겨우 도착해서 그 사실을 알리지만 카이토의 결심을 바꾸기엔 역부족이었다. 결혼만은 막고 싶었던 신더는 다급한 마음에 카이토에게 키스한다.
사실 소설에서 보여주는 카이토의 모습이 처음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았다. 감정적으로 쉽게 격해져서 각국 정상회담에서나 루나인과 함께 있을 때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보일까 봐 읽는 내가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황실 직원이 레바나 여왕의 접시에 음식 대신 손거울을 놓아 두었단 모함을 받았을 때 보여준 카이토의 모습은 좋았다. 열받은 레바나가 시녀의 생체전기를 조작해 시녀가 칼날을 자신에게 겨누었을 때 자신이 이 일을 꾸몄다고 말해 상황을 모면했다. 한 나라의 정상이라면 자국민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 어리고 서툴지만 황태자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확실히 갖추고 있었다. 개인적인 감정은 배제하고 레바나 여왕을 황후로 맞이하기로 결심한 것도 국민의 안정과 행복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잘생기고 다정다감하고 인품도 갖춘 카이토가 볼수록 매력 있었다.
신데렐라에서 모티프를 따왔지만 원작과는 다른 몇 가지를 짚어보고 싶다.
1. 신데렐라가 집안의 살림을 책임졌다면 신더는 집안의 생계를 책임진다.
린 신더는 신베이징의 시장 구석에서 정비공으로 일하고 있다. 양어머니와 의붓 언니는 신더를 굉장히 혐오하며 오직 돈 벌어오는 수단으로만 생각한다. 집안일은 시종 안드로이드 이코가 하고 있다.
2. 친아버지가 아니라 양아버지가 돌아가셨으며 입양됐다.
신데렐라에서는 친아버지가 계모를 들인다. 하지만 『신더』에서는 양아버지께서 신더를 유렵에서 입양해왔으며 오는 길에 레투모시스에 걸려 돌아가신다. 왜 이런 설정으로 했을까 궁금했는데 읽고 나면 의문이 풀린다.
3. 무도회에 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 (속마음은 다를지라도)
양어머니가 무도회에 못 가게 할 걸 알기 때문에 애초에 기대를 접어 버린다. 황태자에게 여러 번 무도회 초대를 받았을 때도 번번이 거절한다. 본인이 사이보그라는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금속으로 된 손과 발을 들켜서 사람들이 수군거릴까 봐 두려웠고 황태자가 자신을 초대한 걸 수치스럽게 여길 것 같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아무 문제 없었겠지만 ‘사이보그’라는 신분이 늘 신더의 발목을 잡는다.
4. 황태자는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니다.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카이토는 신더에게 반한 황태자일 뿐 구원자는 아니다. 줄 수 있는 건 다정한 말과 웃음뿐이다. 신더에게 닥쳐오는 난관은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대사가 있다.
자신의 흉측한 꼴을 내보였으니 차라리 갇혀 있는 게 낫다고 말하는 신더에게 얼랜드 박사는 말한다.
“그런 별것도 아닌 일에 전전긍긍하더군요.”라고.
언젠가 나도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내게는 몹시 중요하고 큰 문제였기에 그 말이 귀에 들리지 않았다. 지나고 보니 정말 별일 아니었다. 그런 경험이 여러 번 있다. ‘별것도 아닌 일에 전전긍긍’하는 게 내 취미인 듯하다. 그래서 소설 속 대사가 크게 와 닿았고 신더도 그 말의 의미를 알기를 바랐다.
재미와 지루함 그 사이를 오가며 읽었지만 뒷내용이 궁금해서 계속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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